사운드 디자인: 크리스토퍼 보이스

아카데미상 수상에 빛나는 사운드 디자이너 겸 믹서, 크리스토퍼 보이스와의 인터뷰

데이비 존스크리스토퍼 보이스는 현재 미국에서 활동 중인 가장 성공한 사운드 디자이너 겸 믹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주립대학교에서 영화학 학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북부 캘리포니아의 Skywalker Ranch에서 20여 년 동안 수많은 대작 영화의 작업에 참여해왔습니다. 보이스는 Academy Awards®를 4차례나 수상했으며,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 작업을 통해 2007년 아카데미상 2개 부문의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는 제임스 카메론(타이타닉), 피터 잭슨(반지의 제왕, 킹콩), 클린트 이스트우드(밀리언 달러 베이비) 등 유명 감독들과 함께 작업해 왔습니다.

Oscar® 상을 안겨준 킹콩에서 사운드 재녹음 믹서로 활동하며 겪었던 경험에 대해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작업했던 영화입니다. 그 중에서도 피터 잭슨은 사운드에 대한 감각이 아주 예리합니다. 특히, 정글 장면에서 그는 킹콩이 이곳에서 홀로, 그러나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공생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다는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매우 본능적이고 생생한 분위기를 만들려 했습니다.

사운드보다는 원작 킹콩[1933]의 이야기 자체와 그 이야기의 전개 방식에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사운드의 관점에서 우리는 풍요롭고 생명이 살아 숨쉬는 환경으로 정글을 묘사하여, 역시 풍요롭지만 매우 산업화된 환경인 뉴욕과 분명하게 대비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접근했습니다. 바다를 항해하는 장면과도 분명히 대비되도록 했는데요, 이때는 항해의 느낌을 제대로 살리면서도 때로 아주 음산한 분위기를 주고자 했습니다. 특히 안개가 자욱한 섬에 접근하는 장면에서는 바다가 마치 물기 가득한 천상의 세계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 희미했던 섬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게 되죠.

킹콩에서는 사운드로 영화에 역동성을 부여해야 하는 경우가 아주 많았습니다. 브론토사우루스 무리가 달려가는 장면은 특히 힘들었죠. 그 장면은 지금까지 작업했던 다른 어떤 영화의 장면보다도 규모가 방대했습니다. 어마어마한 규모로 꽤 오랜 시간 그런 장면이 지속되었죠. 정말 엄청난 도전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피터 잭슨 감독과는 꽤 오랫동안 함께해 오셨는데, 그와의 작업은 어떻습니까?

피터와는 반지의 제왕 1편[반지원정대, 2001]을 제작할 때 함께 일하기 시작했는데, 그때는 뉴질랜드 웰링턴 교외에 있는 작은 믹스 스튜디오에서 작업했습니다. 그러다 킹콩을 제작할 때쯤에는 피터가 세계 최고 수준의 더빙 스튜디오를 세우게 됐죠. 작업실이 넓으면서도 휑하지 않고, 재미있게도 우리가 함께 일을 시작할 당시 마음에 쏙 들어했던 그 작은 작업실의 확대판 같더군요. 스튜디오가 생겨서 좋은 점이 많습니다. 바로 옆방에서 효과음 녹음도 할 수 있죠. 피터가 Park Road Post를 지으면서 큰 더빙 룸을 2개나 만들었거든요. 정말 놀라운 시설입니다. 이곳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사운드에 대한 피터의 깊은 열정과 그가 스토리텔링의 일부로서 사운드를 이용하는 방법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금방 알 수 있게 되죠.

사운드가 스토리보드에 상당 부분 미리 표시되어 있습니까, 아니면 촬영하는 장면을 보면서 영감을 얻으십니까?

촬영하는 장면을 보면서 떠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스토리보드 역할을 하는 프리비주얼을 공들여 준비하기 때문에 이러한 프리비주얼로부터 사운드에 대한 영감을 얻기도 합니다. 사운드 디자이너로 작업할 때는 묘사되는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스크립트를 읽습니다. 그런데 반지의 제왕을 제작할 때는 재녹음 믹서의 역할만 맡았는데도 스크립트를 받아서 영화의 전개 방향을 미리 알 수 있었죠.

스페이스 카우보이 등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많은 영화에서도 사운드 디자이너나 사운드 재녹음 믹서로 활동하셨죠?

그렇습니다. 스페이스 카우보이에서는 사운드 디자인을 했고 그의 다른 몇 편의 영화에서는 믹서로만 작업했습니다. 그의 영화 중에는 사운드 디자인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있거든요. 클린트와 작업하는 것은 늘 기쁩니다. 영광스러운 일이죠!

현재 이용 가능한 기술로 영화 환경에서 원하는 모든 위치에 사운드를 배치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90% 정도는 원하는 대로 배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스피커가 더 있으면 훨씬 좋겠죠!

Ray Dolby가 농담처럼 말했던 "천상의 소리"와 같은 오버헤드 스피커가 도움이 될까요?

네, 저라면 바로 그 스피커를 가장 첫 번째로 선택할 겁니다. Dolby® Digital Surround EX™를 즐겨 사용하는데 피터 잭슨의 모든 영화에서 이 기술을 사용했고 캐리비안의 해적 1편에서도 사용했죠. 디스크리트 센터 채널이 있으면 좋겠고 상단 센터 디스크리트 채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서라운드 채널 사용에 대해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습니까? 서라운드 채널은 영화 경험에 어떻게 도움이 됩니까?

매우 미묘한 문제입니다. 저는 주로 좌측 및 우측 프론트에서 서라운드를 사용하여 배경, 즉 "분위기"를 만듭니다. 현재 4중화된 분위기를 만드는 작업 중인데, 저는 좌측과 우측 신호의 서로 분리되는 성질을 좋아하고 스테레오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서라운드를 사용할 때는, 좌측 및 우측 프론트와 좌측 및 우측 후방을 서로 반대되는 스테레오 음장으로 보고 그 사이에서 소리가 오가게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분위기를 만들 때는 양쪽이 서로 동일한 사운드를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 좌측 및 우측 프론트가 좌측 및 우측 후방을 보완하는 형태로 사운드 요소를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좌측과 우측 후방에 동일한 사운드를 배치하는 경우에도 기술적으로 필요한 것보다 훨씬 길게 지연 시간을 둡니다. 단순히 공간을 사운드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사운드를 모아서 3차원적 환경을 조성하고 싶기 때문이죠. 그래서 디스크리트 요소를 다룰 때는 관객이 몰입감을 잃지 않도록 매우 신중하고 민감하게 사운드를 처리합니다. 후방에도 디스크리트 채널이 생긴다는 점이 센터 서라운드의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EX를 사용할 때는 후방에서 넓고 실제보다 큰 스테레오 음장을 얻고자 하기 때문에 이 센터 서라운드에 절대 분위기 효과를 넣지 않습니다. 그러나 디스크리트 사운드에는 이러한 효과를 사용합니다. 후방에 배치하는 사운드는 일반적으로 스크린상의 사운드에 대응하거나, 궁극적으로 스크린상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아주 짧은 시간 지속되는 디스크리트 사운드입니다. 제가 참여한 영화의 사운드, 특히 서라운드를 들어보신다면 후방에서 다양한 종류의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완벽한 서라운드 사운드 환경에서는 관객이 서라운드의 90%를 알아채지 못합니다. 단지 그 환경에 푹 빠져 있다는 느낌을 받을 뿐입니다.

사운드가 영화 경험의 50%를 차지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면 기분은 좋지만 제가 직접 그렇다고 말하기는 민망하네요. 케이크를 만드는 제빵사에게 케이크가 제일 좋은 것이냐고 묻는 경우나 마찬가지잖아요! 하지만 영화 제작에 있어서 사운드가 수익에 큰 효과를 가져다준다고 믿는 것은 사실이고, 저희 사운드 기술자들이 영화에 더하는 가치에 비해 인정을 못 받고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저도 세계 최고라고 할 만한 홈 씨어터와 스튜디오를 가지고 있지만, Dolby 기술로 최적화된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경험을 대체하지는 못합니다. 어두운 상영관으로 들어가면 영화에 집중하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죠. 이것이 영화를 관람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그 즐거움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영화 브로큰 애로우를 보면 원자 폭탄이 폭발하여 지면이 파도처럼 솟아올라 관객을 향해 달려오는 듯한 장면이 있는데요.

제가 디자인한 장면 중 하나입니다. 가장 즐겁게 작업했던 영화 중 하나였고 사운드 편집 감독인 조지 워터스와 처음으로 공동 작업을 했던 영화이기도 하죠. 말씀하신 효과를 내기 위해서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나야 하는지에 대한 기술적 문제를 놓고 고심했던 기억이 납니다. 대격변이 일어나는 장면이 늘 그렇듯이 파괴적인 느낌과 큰 음량을 잘 이용해야 합니다. 저는 원자 폭탄의 폭발 장면은 사운드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빼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런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프로덕션에서는 대단한 클라이막스의 순간을 만들어내려고 미리 엄청난 양의 사운드를 준비해 놓을 때가 많으니까요. 그에 반대되는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미 너무나 시끄러운 전쟁터에 있는데, 갑자기 대포가 발사된다고 해서 그 소리를 더 크게 만들 수는 없죠.

영화 사운드를 만들 때 홈 씨어터 환경을 고려하십니까?

물론입니다. 새로 개봉할 영화의 믹스에서 프린트 마스터링 단계를 마치면 DVD 믹스 작업에 들어갑니다. 몇 년 전에 비해 더 중요해졌죠. 저는 감독의 의도가 어떤 식으로도 파기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감독이 구상한 믹스가 영화관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그대로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홈 씨어터용 마스터링에서 우리는 지나치게 많은 작업을 할 때가 많습니다. 사실 저는 영화관용 믹스가 너무 많은 처리를 거치지 않고 곧 홈 씨어터 환경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Dolby와 함께 작업해 보신 느낌은 어떻습니까? 지난 수년간 사운드 컨설턴트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으셨습니까?

저에게 Dolby는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믹싱 전문가로서 모든 재녹음 믹서들이 Dolby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저는 마스터링 단계를 돕기 위해 Dolby에서 파견되는 컨설턴트에 대해 매우 까다로운 편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저를 돕기 위해 누군가가 와준다는 점, 그가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감사하고, 마스터링 작업을 할 때면 컨설턴트의 생각을 듣기 위해 계속해서 그의 얼굴을 쳐다보게 됩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저는 조용한 영화를 좋아합니다. 대화만으로 진행되는 영화 작업에 흥미가 많죠. 그런데 제가 작업하는 많은 영화는 실제보다 규모가 커서 사운드도 실제보다 과장되기 때문에 매체의 기술적 한계 범위를 계속 넓혀가야 합니다. Dolby가 이러한 기대가 충족시켜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저는 시끄러운 영화를 만드는 데는 관심이 없습니다. 파워와 시끄러운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으니까요.

당신의 작업에는 배경에 효과음 녹음이 많고 이러한 부분이 경력에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세밀한 효과음에 항상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십니까?

아주 정확히 보셨습니다. 저는 효과음 녹음을 정말 좋아합니다. 사운드 디자이너로서 저는 다양한 종류의 초자연적 사운드와 천상의 사운드를 만들어냅니다. 게리 리드스트롬을 통해 배운 것이기도 한데, 효과음은 모든 것에 현실감을 부여하는 사실성의 기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운드 디자인과 음향 효과 작업을 아무리 잘 하더라도 효과음 녹음이 끝날 때까지는 모든 부분이 함께 어우러지지 못합니다. 효과음 녹음이라는 티가 나면 효과음으로서의 생명력을 잃기 때문에 많은 감독들이 ADR만큼이나 효과음 녹음에 매우 민감합니다. 요즘 저는 빠듯한 예산으로 돌아가는 이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효과음 녹음 기술자에게 충분한 작업 시간을 주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에서 특히 자부심을 느끼는 장면이 있습니까?

럼 창고로 내려가 붓스트랩 빌을 처음으로 만나는 장면을 좋아합니다. 럼 창고 장면은 타이타닉볼케이노 작업을 하면서 알게 된 섀넌 밀스와 함께 작업했습니다. 고어 버빈스키 감독은 잭 스패로우가 갇혀서 빠져나갈 수 없는, 밀실공포증을 느끼게 할 정도로 어둡고 거의 진공과도 같은 세계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래서 나무로 된 어둡고 습한 거대한 공간의 내부에 있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또, 온몸이 딱딱한 껍질로 뒤덮여 있는 붓스트랩 빌이 움직일 때의 요소도 좋아합니다. 빌이 팔을 뻗어 럼주를 건네줄 때 들리는 으드득하는 소리가 아주 마음에 들어요. 이러한 모든 사운드는 재미있을 뿐 아니라 등장인물의 특징을 부각시키기도 하죠.

와이번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도 좋아합니다. 배 선체에 묶여 있다가 스스로 풀고 나오는 인물이죠.

사운드와 화면 중 영화의 미래가 어디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향후 5년에서 10년 후에 디지털이 모든 것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보십니까?

디지털은 시끄러운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사운드에 보다 역동적 성격을 부여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는 매체의 한계에 맞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곧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 작업에 참여할 예정인데 이 영화 역시 많은 영화관에서 3D로 상영될 것입니다. 디지털을 통해 사운드에서 보다 높은 비트 레이트, 보다 높은 샘플링 레이트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우아한 역동성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고, 따라서 시끄럽지 않으면서 섬세한 감성을 전달하는 트랙을 더 쉽게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미래에는 더 선명하고 정제된 사운드, 섬세하면서 시끄럽지 않은 사운드를 만들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강력하면서도 듣기에 편안한 대포 소리를 구현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이 과정에는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기술을 실무에 도입하는 문제는 저와 같은 믹서와 우리를 감독하는 영화 감독들의 몫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