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피터 코위가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과의 대담을 통해 영화에서의 사운드 사용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봅니다.

롤랜드 에머리히
롤랜드 에머리히

독일 태생의 롤랜드 에머리히는 현재 할리우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장 성공한 유럽 감독입니다. 그가 연출한 장대한 규모의 공상과학 영화는 전 세계 상영관에서 1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으며 사운드와 특수 효과에 대한 벤치마킹 기준을 세웠습니다. 시나리오와 제작 및 감독을 모두 겸하는 경우가 많은 에머리히는 유니버설 솔저(1992), 스타게이트(1994), 인디펜던스 데이(1996), 고질라(1998), 패트리어트(2000), 투모로우(2004) 등의 블록버스터를 연출했습니다. 지금도 다수의 영화를 제작 중이며 그가 제작한 Welcome to America가 2006년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사운드가 영화 체험의 50%를 차지한다고 보십니까?

그런 경우도 있죠. 예를 들어, 서스펜스 영화에서는 사운드가 화면보다 더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귀신이 출몰하는 집에 들어가는 장면에서는 사운드가 절대적으로 중요하죠. 사운드를 캐릭터로 사용한다면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고 사운드를 소음으로만 사용한다면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겁니다.

저는 영화를 시작하기 전에 개념을 잡는데, 이 개념은 대개 화면과 사운드가 혼합된 형태입니다. 고질라에서는 당연히 사운드가 대단히 중요했습니다. 예를 들어, 발소리가 가까워질 때는 서스펜스가 필요하죠. 사운드 작업이 많았는데 항상 비가 오고 천둥이 치는 장면이어서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주 극단적인 방식으로 특정 요소를 부각시키고 다른 요소는 숨기는 방식이 필요했습니다.

투모로우에서는 큰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도시가 얼어붙는 장면을 어떤 소리로 표현할지 막막했던 것이죠. 많은 실험을 했는데, 처음에는 약 27가지 사운드를 시도해보고 영상과 별개로 사운드를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괜찮은 소리 2~3개를 골라내고, 최종 믹스에서 화면을 끈 다음 눈을 감고 가장 좋은 사운드를 결정했습니다. 남극의 얼음이 깨지는 오프닝 장면에서는 전경에 깨지는 소리를 놓고 배경에 아주 희미하게 깨지는 소리를 배치했습니다. 그런 다음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도 포함시켰죠. 얼음 깨지는 소리가 너무 컸다면 바람 소리가 작게 들렸을 것입니다. 모든 것은 조합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Dolby® Digital이 표준으로 정착되고 5.1 디스크리트 채널이 등장했는데 영화 제작에서 사운드에 대한 접근 방식에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디지털 기술을 통해 원하는 때에 모든 채널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기 테이프 시대에는 항상 프리믹싱을 해야만 했고 그것이 믹스가 되었죠. 한 사운드를 올리고 다른 사운드는 내리는 등의 작업은 불가능했습니다. 특정 사운드를 깜박하고 넣지 않은 경우에는 테이프를 뒤져서 메인 믹스에 이 테이프를 포함시키고 이를 다시 믹싱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프리믹싱 여부에 관계없이 버튼 하나만 누르면 보드에서 모든 사운드에 액세스할 수 있게 되어 크게 놀란 것이 유니버설 솔저스타게이트 중간 정도의 시기였습니다. 더 이상 프리믹싱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니 정말 흥분되는 일이었죠.

감독님 영화는 협업 프로세스에 의존한다고 강조하신 적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감독에게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훌륭한 사운드 디자이너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매우 초기 단계에서 사운드 디자이너 및 편집자와 함께 첫 가촬영 내용을 검토하고 영화에 사용될 주요 사운드에 대해 논의합니다. 그러면 사운드 디자이너는 즉시 사운드를 만드는 작업에 돌입하죠.

스타게이트 때는 사운드 편집 감독이었던 샌디 겐들러와 함께 작업했습니다. 사운드 에디터마다 자신만의 재능이 있고, 모두 사운드를 자유자재로 다룹니다. 4~5가지 사운드를 제시하거나 몇 가지 사운드를 결합하여 사운드에 대한 선택권을 주는 경우도 있고, 원하는 느낌의 정확한 사운드를 결합해주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Avid®에서 사운드트랙을 제작하는 데이비드 브레너라는 사운드 에디터와 작업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장면에 잘 맞는 특정 사운드를 찾으면 때로 이를 재편집해서 이 사운드가 다른 사운드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비교해서 보여줍니다. 그가 두 가지 사운드를 모두 들려주면 제가 더 괜찮은 버전을 고르는 것이죠. 이런 방식을 통해 영화의 경험이 대폭 향상되기도 하고, 때로는 사운드에 맞게 장면을 편집하기도 합니다.

후처리 단계에서 대화 내용이 서라운드 스피커에 의해 묻혀버리는 위험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믹싱을 마친 후 릴을 다시 들어볼 때면 저는 이미 모든 대사를 속으로 외우고 있는 상태입니다. 음향 때문에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저는 대사가 있다는 것을 알죠. 그래서 영화에 대해 잘 모르는 다른 사람들도 같이 보면서 모든 내용이 이해되는지 물어보곤 합니다. 영화에서 대화가 들리지 않을 때는 정말 짜증이 나죠! 영화에는 역동성이 있어야 하고, 저 개인적으로 조용한 사운드의 영화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액션 장면에서는 대개 소리가 아주 크지만 그 레벨에 높낮이를 두어서 관객들이 너무 큰 소리에 멍해지지 않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처음 영화를 시작할 때 사운드의 관점에서 감독님에게 영향을 미친 영화가 있습니까?

화면만큼이나 사운드에도 관심을 갖고 보았던 첫 영화는 아라비아의 로렌스였습니다. 사막에서 어떤 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고 낙타 소리만 겨우 들리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야생 그대로의 느낌이죠. 다른 장면에서는 바람 소리만 들리는 부분도 있고요. 영화를 보면 데이비드 린 감독이 사운드를 얼마나 신중하게 선택했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