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감독: 월터 머치

피터 코위가 월터 머치와의 대담을 통해 영화 속 사운드의 중요성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봅니다.

월터 머치
월터 머치

뛰어난 영화 사운드 디자인의 대명사로 불릴 만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분명 월터 머치일 것입니다. 지옥의 묵시록잉글리쉬 페이션트로 Academy Award®를 두 번이나 수상한 그는 영화 편집자로서도 수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오래 전 1975에는 영화 도청에서 최고의 사운드로 BAFTA 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1960년대 후반에 처음 업계에 발을 디딘 머치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및 조지 루카스 등의 유명 감독과 빠르게 친분을 쌓았으며 코폴라 감독이 샌프란시스코에 설립한 American Zoetrope 스튜디오에서 활발하게 활동했습니다. 그는 루카스의 첫 영화인 THX1138에서 사운드를 공동 제작했습니다.

우선 그에게 영화를 관람할 때 사운드가 영화 관람의 50%를 차지한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는 "그렇다"고 대답하면서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의 두뇌는 사운드보다는 시각적 요소에 계산 능력을 더 많이 소모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따져볼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가 사운드를 들을 때는 의식적으로 듣지 않습니다. 사운드는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이 영향은 재처리되어 시각적 요소의 속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게 되죠. 그래서 관객이 사운드를 그 자체로 듣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일반적으로 사운드는 시각적 요소를 인식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효과를 더하는 역할을 합니다."라고 말합니다.

머치는 촬영 전에 "사운드 스토리보드"를 구상하지는 않지만 "사운드를 염두에 두고 스크립트를 읽는다"고 말합니다. "스크립트를 읽으면서 사운드를 떠올려 음향적 배경을 상상하고 그 내용을 기록합니다. 이런 식으로, 완전히 구체화된 형태는 아니더라도 스크립트 단계에 이미 "사운드스케이프"를 생각해둡니다. 물론 영화가 촬영에 들어가면 시각적 분위기에서 많은 영향을 받아 기존의 생각을 더 구체화하거나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선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처음에는 스크립트를 읽으면서 영화 사운드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도청과 같은 영화에서는 사운드가 분명 스토리 자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반면 콜드마운틴에서는 사운드가 스토리의 주제로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죠. 물론 콜드 마운틴에서도 사운드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그 자체로 특징적이기보다는 효과를 더해주는 역할이 큽니다. 화가가 그림을 그릴 때 사람들이 그림 자체를 인식하기를 바라는지, 혹은 그림을 이미지 전달을 위한 방법으로 이용할 것인지 선택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그림의 임파스토 와 같이 영화의 사운드가 인식되기를 바라는 경우가 있죠. 하지만 사운드 그 자체를 들려주는 것보다는 사운드를 통해 분위기나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치는 사운드 요소를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직관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일을 해오면서 항상 노력해온 부분은 사운드가 전면으로 나와 사람들이 거기에 집중하게 되는 가장 적절한 순간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사운드가 전면으로 나와 중심에 서는 얼마 안 되는 순간이 큰 차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촬영 단계에서 훌륭한 사운드를 수집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옥의 묵시록에서는 와일드 트랙도 없었고 쓸 만한 프로덕션 사운드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화와 음향 효과 등 모든 요소를 샌프란시스코에서 다시 제작해야 했죠. 그에 비하면 콜드 마운틴에서는 아주 운이 좋았습니다. 루마니아 산악 지역이 워낙 조용해서 음향적으로 매우 '깨끗한' 환경에서 영화를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배경인 사막과 이탈리아 시골 마을도 굉장히 고요하고 깨끗했습니다. 두 영화 모두 와일드 트랙 재료가 아주 많지는 않았지만 사운드 편집에는 충분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현장에서 실제 사운드를 얻을 수 있다면 톤을 설정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물론 그 사운드를 사용할 것인지 여부는 사운드 디자이너와 사운드 에디터에게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실제 사운드를 통해 특정한 문이 실제로 어떤 소리를 내는지 파악한 다음 이 사운드를 사용할지, 보강할지, 혹은 어떤 이유로든 같은 종류의 더 좋은 사운드를 찾아낼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1968년 작품 레인 피플 작업 당시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이 배우, 사운드 녹음기사 등 모든 스태프를 이동식 주택에 지내게 하며 영화를 촬영했던 일이 기억납니다. 하루 분량의 촬영을 마친 후, 그는 배우에게 아무 대사도 없이 그날 촬영한 장면을 다시 반복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사운드 녹음기사인 네이선 복서에게 연기자를 따라다니며 카메라에 잡힐 걱정 없이 모든 사운드를 최대한 선명하게 녹음하도록 지시했습니다. 마이크가 배우를 향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네이선은 그날 촬영 현장에서 녹음한 프로덕션 대화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매우 사실적이고 풍부한 보조 사운드트랙을 얻었습니다.

잉글리쉬 페이션트

오늘날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의 사운드가 너무 크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곤란한 질문에 머치는 의미 있는 말을 던집니다. "어려운 질문입니다. A형, SR, 그리고 지금의 Dolby Digital까지 이러한 모든 기술적 진보를 통해 Dolby가 이룬 성과는 영화 제작자들에게 보다 큰 캔버스, 더욱 뛰어난 dynamic range를 실현할 수 있는 캔버스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자유를 어떻게 지능적으로 사용할 것인지는 영화 제작자에게 달려 있습니다. Dolby가 그 방법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Dolby는 이 업계의 최전선에 있지 않으며 그렇게 주장하지도 않습니다. 영화 제작자에 따라 이러한 기술을 의도적으로, 혹은 알지 못한 채 남용하는 사례도 있을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답을 찾는 데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많은 영화관들이 대부분 자동화되어 있고 영화 상영에 앞서 예고편을 상영하기 때문입니다. 예고편은 아시다시피 굉장히 시끄럽습니다.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영화의 모든 대사와 음향 효과를 극단적으로 전달하죠. 본 방송보다 큰 소리로 방영되는 TV 광고와 비슷합니다. 무엇인가를 팔기 위해 소리를 지르는 것은 인간의 습성입니다. 문제는, 관객이 예고편의 시끄러운 소리에 질려 나가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극장주들이 재생 앰프의 레벨을 낮춰서 설정하고, 그로 인해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이제는 영화 제작자들이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의 사운드가 너무 작다고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를 보상하기 위해 영화 제작자는 믹스 과정에서 예고편 수준에 맞춰 영화의 사운드를 보강합니다. 그 결과 영화가 이른바 적정 수준으로 상영될 때면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는 것입니다. 영화의 사운드가 많은 경우 적정 수준으로 상영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사운드를 설정했기 때문이죠."

거실에서 DVD와 서라운드 사운드를 즐길 수 있게 된 이 시대에 머치는 과연 홈 시네마와 영화관의 대형 스크린이 어떤 대비를 이룰 것으로 보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집에서 감상하는 영화는 결코 영화관과 똑같을 수 없습니다. 거실에서 6백명의 사람과 함께 영화를 볼 수는 없기 때문이죠. 이것은 매우 근본적인 동물의 성향입니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공동의 경험이며, 다른 수백 명과 함께 영화를 관람함으로써 비롯되는 유형 혹은 무형의 특별함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집에서 영화를 볼 때와 다른 시각으로 화면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두 환경의 차이가 매우 빠르게 좁혀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집에서는 방의 형태에 맞게 정확하게 사운드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어쩌면 홈 씨어터에서 영화관보다 우수한 사운드를 얻을 수도 있죠. 그러나 기술적으로 모든 것이 정확히 동일하다고 해도, 집을 떠나 돈을 내고 어두운 상영관에 6백 명의 사람들과 함께 앉아 영화를 보는 데에는 분명 그것만의 특별한 매력이 있습니다."

머치에게 이것은 최근의 현상이 아닙니다. "Dolby가 영화계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었던 계기 중 하나는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 사람들이 집에서 스테레오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LP와 이어서 등장한 스테레오 LP를 이용한 '고품질' 음악 감상은 60년대를 통틀어 모든 가정에서 일반화되었습니다. 당시는 사람들이 극장에서 오래된 78RPM 레코드와 같은 사운드로 영화를 관람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집에서 듣는 사운드를 영화관에서도 들을 수 없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죠. 바로 Dolby가 그 의문에 답했고 정확히 원하는 것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1960년대 후반까지도 제가 업계에서 활동을 시작할 때와 같은 사운드가 계속 유지되었다면 '완벽한 영화 경험'에 대한 느낌은 크게 줄어들었을 것이고 그에 따라 관객의 수도 감소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50여 년에 걸친 업계 경력을 되돌아보며 월터 머치는 자신에게 특히 큰 영향을 미친 1960년대의 두 영화를 떠올렸습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특히 케어 둘리아가 늙어서 방에 홀로 남아 있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특히 기억납니다. 그 장면의 사운드는 정말 특별했습니다. 사운드가 어떤 형태로 사용될 수 있는지 새로운 개념을 갖게 해주었죠. 두 번째 영화는 존 프랑켄하이머 감독의 세컨드입니다. 영화 초반 일인칭 시점의 카메라가 그랜드센트럴역 계단을 걸어 내려가는 장면을 보며, 영화학도였던 저는 '룸 톤'이란 무엇인지, 영상에 맞게 구성된 공간의 사운드가 어떤 것인지를 정확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월터 머치. 1943년 뉴욕 출생. 사운드 녹음 기사, 사운드 재녹음 기사 및/또는 사운드 디자이너로 참여한 주요 장편 영화: 청춘낙서(1973), 도청(1974), 대부 2(1974), 지옥의 묵시록(1979), 대부 3(1990), 잉글리쉬 페이션트(1996), 리플리(1999), 콜드 마운틴(2003). 편집자로 참여한 영화: 줄리아(1977), 지옥의 묵시록(1979),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1988), 사랑과 영혼(1990), 대부 3(1990), 잉글리쉬 페이션트(1996), 리플리(1999), 콜드 마운틴(2003). 감독으로 참여한 영화: 오즈의 마법사(1985).